미완성의 모델

도시 외곽에서의 삶은 편안했다. 공기는 더 맑았고, 밤은 조용했으며, 사람들과 부딪힐 일도 적었다. 그런데 나는 다시 Manhattan으로 돌아왔다. 더 시끄럽고, 더 냄새나고, 더 정신없는 도시로. 한여름의 지하철은 뜨거운 공기와 무엇이 섞였는지 모를 냄새로 가득하고, 거리에는 공사장의 먼지가 흩날린다. 여행객과 출근길을 재촉하는 현지인들이 한 공간에서 뒤섞이고, 한 블록을 걷는 동안에도 수십 개의 언어가 스쳐 지나간다. 안락함만 생각한다면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는 도시다. 그럼에도 나는 이곳을 선택했다. 아직 내 사고가 굳어지기 전에, 아직 내 모델이 굳어지기 전에,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변수들 속에서 조금 더 오래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분석할 때 우리는 모델을 만든다. 모델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근사치다. 현실을 더 잘 설명하려 할수록 모델은 복잡해진다. 변수는 늘어나고, 계산은 길어지며, 더 많은 데이터와 더 긴 학습을 요구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렇게 모든 것을 계산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제한된 경험과 정보 속에서 저마다의 작은 모델을 만들어 살아간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필연적인 축약이다. 문제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모델을 현실 그 자체로 착각하는 순간이다.

우리의 모델은 살아온 환경에서 학습된다. 가족, 학교, 직장, 친구, 그리고 사회는 우리의 훈련 데이터가 된다. 그러나 그 데이터는 결코 무작위가 아니다. 사실은 우리가 데이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우리를 먼저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누구를 만나며 살아왔는지는 대부분 우리의 의지 밖에서 결정된다. 우리는 비슷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비슷한 지역에서 살며,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 통계학에서는 편향된 표본으로 모집단 전체를 추론하는 일을 경계하지만, 삶에서는 몇 번의 경험만으로 한 지역을, 한 민족을, 혹은 수억 명의 사람을 일반화하기도 한다. 인종차별이나 지역감정 역시 역사와 제도, 정치 같은 여러 요인과 함께, 제한된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하려는 인간의 경향 속에서 자라날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조차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데이터를 다르게 해석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더 근본적인 이유는 서로 다른 목적을 최적화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공정을, 어떤 사람은 안정을, 또 다른 사람은 성장을 우선한다. 같은 사건을 보면서도 사실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한다. 상대가 틀려서가 아니라, 애초에 서로 다른 문제를 풀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나는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삶이 조금은 두렵다. 편안한 환경은 같은 데이터를 반복해서 학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양한 사람과 문화, 직업, 언어가 뒤섞인 공간은 내 모델이 놓치고 있던 변수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Manhattan이 나를 더 현명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곳은 내가 가진 세계관이 하나의 표본에 불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도시다.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사람들조차 내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가정을 흔들어 놓는다. 나는 그 불편함을 피하기보다, 그 안에서 내 모델을 조금씩 수정하며 살아가고 싶다.

결국 성숙함이란 가장 복잡한 모델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델이 언제든 수정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인 듯하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데이터로 세상을 학습하고, 불완전한 모델로 사람을 이해하며, 불확실한 목적을 향해 살아간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더 많은 확신이 아니라 더 깊은 겸허다. 새로운 데이터를 만났을 때 자신의 생각을 기꺼이 다시 학습시키는 사람,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고 상대가 내가 모르는 세상을 살아왔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 열린 사고란 더 많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모델이 영원히 미완성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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